오늘의 생각

공간에 대한 생각

jg.hwang 2024. 2. 12. 16:57

누구나 크건 적건 자신만의 공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의 대학 시절 사글세방이 그랬고, 잠시 머물렀던 고시원도 그러했듯 겨우 몸하나 누일 좁고 답답한 공간이었을 지언정 지금에서야 다시 생각해보면 그래도 적은 돈으로 바깥 공기를 피할 수 있었던 소중한 공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가정을 꾸리고 있기에 자그마한 아파트 한채 가지고 있으니 가족 구성원이 서로 사용하고 공유하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라 그동안의 노력으로 이정도 갖춘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 본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기에 바빠서 그랬겠지만, 집안을 그다지 잘 꾸미고 살지는 못했다. 그렇게 살다보니 어느새 아이들도 제법 커서 공간이라는 것에 대해 특별히 고민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지내온 것만 같다. 국민평형 사이즈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수준이기에 딱히 나의 공간, 혹은 아내의 공간이라고 구분짓는 사치는 없었고, 그저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으로써, 편히 쉴 수 있는 곳으로 집을 사용했고, 그렇기에 꾸밀 것도 없이 십몇여년을 지내온 것같다. 시간이 지나 이제 제법 나이가 들었고, 집안을 둘러보면 그사이에 소소하게 사다 모은 집기들로 인해 이런 저런 물건들이 제법 쌓여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게 눈에 띈다. 

 

나의 공간을 딱히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안방 한켠에 조그마한 책상 하나 두고 컴퓨터 한대 올려 놓았고, 음악은 듣고 싶으니 조그만 북쉘프 스피커를 좁은 책상 양쪽에 자리를 마련해서 올려 두었다. 공간이 부족하기에 오래된 오디오는 책상 바닥 한켠에 발이 걸리지 않게 구석으로 몰아서 세워두고 사용중이다. 큰 책상을 둘 수는 없는 공간이긴지만, 허리가 좀 아픈 뒤로는 간간히 서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로 일도 해야 했기에 노트북 한대 겨우 올릴 수 있는 조그만 스탠딩 책상도 옆 한켠에 두었다. 이 두 책상을 합쳐도 조금 큰 일반 책상 사이즈 정도 수준이니 큰 공간을 차지하는 건 아니라서 나름 작은 공간을 알차게 잘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퇴근 후나 주말에는 이곳에 앉아 책을 읽거나 컴퓨터로 글을 쓰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중이다. 예전에는 책 읽거나 컴퓨터 하려고 도서관이나 인근 카페로 나갔지만, 이제는 집에서 커피 한잔 내려서 이곳에 앉아 보내는 시간을 점점 늘리고 있다. 살아오면서 사치를 부리지 않았지만, 열심히 살았더라도 자신의 조그만 공간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이들도 분명 있을거라고 생각하기에 나의 공간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작년부터 집안을 조금씩 정리하면서 불필요한 물건들이 보이면 베란다로 끄집어 내었다가 중고로 판매하고 있다. 그렇게 공간을 조금씩 다시 만들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살아온 날이 있다보니 그동안 사다놓은 물건들은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나의 추억이나 소유욕구를 채워주며 살아남아 있다. 나름 검소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소소하게 사다 모은 물건들과 레고, 장난감 피규어들, 아이들의 물건, 그리고 캠핑다니던 시절의 물건들이 혼재되어 이곳저곳에 쌓여 있다.

 

한때는 미니멀리즘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물건을 최소화해 놓고 사는 이야기를 많이들 했던 것같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만큼 이 단어가 귀에 박힐만큼 많이 들려오고 있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비움의 미학을 계속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공간이 선사하는 여유로움이 답답해져 있는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안과 안식을 느끼게 해주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 가족의 공간을 비우려고 고군분투 중이다. 사람살이의 마지막은 결국 비우고 마무리한다고들 하지 않나.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비움을 실천하면서 살고자 노력해보자고 다짐해 본다.

 

언젠가 지금의 일에서 벗어날 있는 때가 되면 여행, 캠핑도 자주 다니고, 밖으로 나가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시간을 보내기를 꿈꿔본다. 다른 일거리의 시작일 수는 있겠지만, 아마도 그때 즈음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수 있게 되길 또한 소망한다. 그때가 되면 아마도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시각을 가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