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자 제품을 자주 구매하거나 교체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번 산 제품을 적어도 5~6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사용할 정도로 오래 사용하는 편이다. 게임을 즐기는 편이 아니라 대부분 사진 관리나 음악용 파일들 관리, CD 리핑해서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두는 용도로 사용하기에 부하를 많이 주면서 사용하지도 않는다. 메모 어플에 글을 쓰는 용도가 오히려 많기 때문에 오래된 컴퓨터라도 성능이 모자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 오래되면 OS 업데이트가 종료되어 더이상 패치를 하지 못하는 것과 OS나 사용하는 어플이 버전업되면서 성능이 조금씩 느려지는게 사용을 더이상 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이다.
그렇게 잘 사용하던 올드 아이맥 2009년형을 퇴역시키고 새로운 아이맥인 2019년형을 들여놓은게 벌써 3~4년이 지났다.
오래된 아이맥은 사용 용도가 거의 없어졌으니 중고로라도 팔았어야 했는데, 시기를 놓쳐서인지 이제는 정말 헐값이 된 것같아서 그냥 창고에 고이 모셔두고 있다. 사실 중고로 헐값에 넘기기에는 어디 하나 고장난 곳이 없고, 순정 상태 그대로이기에 훗날 DVD 플레이어나 사진 디스플레이어 용도로라도 사용할까 싶어서 판매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박스에 있던 DVD며, 매뉴얼 책자도 그대로 갖고 있어서 보관만 할 수 있다면 그대로 잘 두고 싶긴 하다.
오늘 간만에 잘 동작하는지 싶어서 잠시 꺼내어 테스트를 해보았다. High Siera까지는 잘 올라가 있는 상태이고, 초기화해둔 덕에 켜지거나 브라우저를 켜고 하는 것에서의 속도 저하는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마도 다시 동기화해서 데이터를 넣기 시작하면 분명 느려질 것이긴 하다. 하드 디스크를 SSD로 교체하거나 하는 모험도 하지 않았기에 성능이 느린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잠시 켜보았지만, 뒷판이 따끈따끈해진다. 여름에는 더워서 잘 사용하지 않았던 옛 기억도 다시 떠오른다. 화면이나 스피커가 제성능을 내어주고 있는 건 다행스럽다.
M1 맥북프로를 사면서 현역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글쓰기용으로 잘 쓰고 있는 맥북프로 13인치의 미니 디스플레이(Mini DisplayPort) 단자와 연결해보면 빅서의 화면을 아이맥으로 띄워서 사용할 수 있는 대상 디스플레이 모드로 사용할 수 있다.
(활성화 방법은 애플의 가이드를 참조 https://support.apple.com/ko-kr/105126)
기왕 꺼낸 김에 미니 디스플레이 to HDMI 케이블을 사용해서 닌텐도 스위치같이 HDMI를 사용하는 장치와 연결을 시도해봤는데, 역시나 되지 않는다. 공식 가이드 문서에서 얘기된대로 맥과 맥간의 연결용으로만 사용이 가능한가보다. 어떤 유투브나 블로그의 글에서도 케이블만으로 닌텐도 스위치와 연결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만, 윈도우 PC와는 연결이 된다는 내용은 있긴 하더라.)
기능에 대한 이름을 “외부 모니터 확장”이 아니라 “대상 디스플레이 모드”라고 지은 것도 기능적으로 일반적인 기능과는 다르게 애플 제품간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제한을 두기 위한 네이밍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능의 이름을 지을 때에는 오해가 없도록 신중히 짓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애플의 해당 기능 이름은 일반적인 모니터 확장과는 분명 다르게 이해가 되는 면은 있는 것같다.
그럼에도 기능적으로 외부 모니터로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제한한 것은 아무래도 조금 아쉽다. 좋은 화면과 좋은 스피커를 모두 활용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하게 막아둔 것 자체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범용적으로 사용 가능했다면 올드맥의 생명력이 좀 더 오래 유지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이런저런 테스트도 해보고, DVD도 잠시 감상하고 난 뒤에 다시 잘 박싱해서 보관해두었다. 언젠가 개인 공간으로 쓸 넓은 방이나 사무실을 마련하는 날이 오면 테이블이나 책상 한켠에 올려두고 서브 모니터나 음악 플레이용으로 사용해볼 생각이다. 음악 소스용으로는 여전히 쓸만한 제품이지 않나 싶다. 그런 면에서는 애플의 아이맥 시리즈는 고장만 없다면 오랜 세월동안 용도를 바꿔가며 생명을 연장할 수 있지 않나 싶다.
특히나 알루미늄을 깎아서 만든 유니바디 특유의 완성도는 인테리어 오브제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예전 아이맥은 DVD를 내장하고 있어서 음악 CD를 넣어서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수 있었는데,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얇게 만들고자 하는 이유로 DVD가 사라지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외장형 슈퍼드라이브를 따로 구매해서 사용해야 한다. 지금 사용중인 아이맥에는 어쩔 수 없이 슈퍼드라이브를 연결해서 사용중이지만, 일체감에서 오는 장점이 사라진 건 조금 아쉽다.
언젠가 다시 박스에서 꺼내어져 다시 잘 사용될 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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