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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늙어가는 중

by jg.hwang 2024. 3. 18.

요즘 책을 읽을 때 불편한 상황이 생겼다. 눈의 초점을 맞추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느끼게 되어서이다. 책을 자주 읽기 때문에 요즘의 불편함은 괜시리 답답함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책을 멀리서 보자니 글자의 가독성은 있지만 글자 크기가 작아서 읽기가 어려워지고, 그렇다고 안경을 벗고 가까이 보자니 너무 가까운 곳까지 당겨야 글자가 제대로 보이다 보니까 글읽기 참으로 애매한 상황이 생기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앉는 책상이나 테이블의 높이에 따라 책읽기의 불편함이 다르게 느껴지게도 한다. 나이들어감을 평소에도 느끼고 있지만, 특히나 노안이 오기 시작하면 늙어가고 있음을 평소의 삶에서 체감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노안의 문제보다 고혈압, 고지혈증 등 생활에서 오는 성인병은 이미 가지고 있는 나이가 되었다. 단지 증상보다는 진단을 통해서 약을 먹으면서 개선시켜나가고 있다보니 건강상에서 오는 직접적인 영향을 느끼지 못하기에, 노안이라는 증상은 어쩌면 늙음을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지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 40대 후반에서 50대가 되면, 살아온 과정의 차이로 인해 동일 연배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정확한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늙어보이거나 젊어보이거나 말이다. 그럼에도 겉보기로는 절대 이겨낼 수 없는 늙음의 증거 중 하나가 바로 노안이지 않나 생각한다. 젊게 몸 관리를 잘 했건, 늙어보일만큼 현격히 나이듦이 진행되었건간에 대체적으로 이 즈음의 나이대가 되면 어김없이 노안이 찾아오는 것같다. 주변 동료들이나 지인들을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체로 그렇다는게 느껴진다.

백세시대라는 말이 나온지가 벌써 10~20년은 넘은 것같다. 그만큼 오래 살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는 건 당연하고, 두서너 세대 이후에는 인간의 수명이 150세까지 되지 않겠나 하는 얘기들이 있긴 하지만, 생물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말그대로 건강하게 살게 되는 나이가 그 나이가 될 시기는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이미 죽을 병에 걸렸거나 그런 나이가 된 사람들도 꽤나 많이들 수명을 연장하며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주변을 돌아 보면 건강하게 80~90세까지 인간다운 삶으로 사는 사람들의 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여겨진다. 생체의 수명과 세포의 생명 사이클을 보자면 결코 100세까지 건강하게 무병장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니 오래사는 것에 집착하는 것보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에 더 집중하는게 현명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는 그런 생각을 이미 가졌다 하더라도 먹고 사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는 삶을 사는 대부분의 중년 나이의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니까 말이다.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나이가 80세라면 이제 남은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사이에 자식들도 다 키워내고, 아내랑 노년을 잘 보낼 경제적인 상황도 만들어야 하니, 지금도 일과 공부에 몰두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아쉬울 건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움직이며 생각하고 일을 하고 있어야 그나마 에너지를 사용하며 살아갈 의지와 힘을 축적해 나갈 수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보면 적어도 80세 정도까지는 건강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겠나 희망하게 된다.

그저 늙어감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하루를 조용히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