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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생각

나에게 사진 찍기란 (with 캐논 5D mark3)

by jg.hwang 2024. 4. 9.

한 때 사진찍기를 즐겼던 때가 있었다. 사진을 찍을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보는게 사실 더 맞는 말이다. 정확히는 아이들이 사진찍히는 것에 민감해지기 전까지라고 보는게 맞을 것같다. 대부분의 아빠 사진사들이 사진을 찍기 시작하는 시점과 소홀해지는 시점이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나도 사실 같은 이유로 첫아이와 둘째가 사진에 남을 시점까지는 참 많이도 사진을 찍었던 것같다. 아이들 물건과 유모차, 그리고 먹을 것들에 더해 사진기까지 한쪽 어깨에 들쳐 메고 이곳저곳으로 잘도 다녔던 것을 생각해보니, 그 때에는 힘들었을지언정 체력은 대단했었나보다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아이들이 제법 커서 굳이 사진기를 꺼내어 찍을 일도 흔치 않거니와, 졸업식, 입학식같은 기념할 날이 있을 때에나 겨우 카메라 보관함에 두었던 DSLR에 렌즈를 물려서 사진을 찍는 정도다. 이제는 들쳐맬 가방도 없고, 아이들이 달라고 할 간식거리를 챙겨야 할 이유도 없지만, 가끔씩 가지고 나가는 카메라가 내 어깨에서 무게감을 자랑한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왠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면서부터 내 컴퓨터의 사진방에 남겨지는 사진들도 대부분 카메라로 찍은게 아닌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의 비중이 많아지게 된 것도 벌써 몇년은 된 것같다.

그래도 스마트폰이 아직은 남기지 못하는 카메라만이 찍을 수 있는 분위기와 왜곡되지 않은 사진의 질감은 DSLR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단렌즈 하나 물려서 무게라도 가볍게 한뒤, 간간히 나들이에 들고 나갈 때가 있긴 하다. 여전히 사진을 DSLR로 찍을 경우에는,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긴 해도, 남겨둔 사진들을 사진함에서 찾아 볼 때나 아이맥으로 이전 사진들을 돌려보게 될 때면, 땀 뻘뻘 흘리며 사진을 찍은 나 자신을 칭찬하게 된다. 이제는 돌려볼 수 없는 아이들의 어린 시절과 아내의 푸릇했던 젊은 시절을 되돌아 볼 수 있어서 고맙다.

 

 

 

이제는 주로 찍는 사진들이 꽃 사진, 동네를 돌며 찍는 스냅 사진, 그리고 모으고 있는 몇가지 피규어들이 거의 전부가 되긴 했지만, 사진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DSLR의 시대는 이미 저문지 오래되었고, 미러리스 카메라들로 이미 시장이 바뀌어 버린 세상이 되었지만, 동영상이 아닌 오직 사진만 찍는 나에게는 옛날의 DSLR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카메라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비록 유행과 맞지 않거나 요즘 카메라답지 않게 크기가 큰 것이 조금 불편하긴 하겠지만, 딱히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내 성격 탓에 지금도 책상 한켠에 쳐박혀있지는 않고, 필요할 때마다 한번씩은 전기를 먹여가며 사용하고 있어서 다행이다.

아마도 언젠가는 새로운 카메라를 들이는 날이 오겠지만, 지금은 있는 카메라라도 잘 사용하는게 맞는 것같아서 가끔씩은 한쪽 어깨에 카메라를 들쳐메고 사진 찍으러 나가보기도 한다. 물론 그럴 시간이 많이 주어지지 않는게 더 큰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당분간은 나와 함께 카메라이니 고장나지 않고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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